리도 운하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에 등재되었고 캐나다 국립 사적지(National Historic Site)이기도 하다.
1832년 개통된 리도 운하는 떨어져 내리는 물살이 커튼을 닮았다 하여 명명된 리도 폭포(Rideau Falls)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운하이며, 세인트 로렌스 강(St. Lawrence River)과 오대호(Great Lakes)중 온타리오호(Lake Ontario)를 잇는 수로로서 과거 전쟁 물자 수송을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이후 상업적 교역을 위한 수송로로서, 정착지를 찾아 이동하는 이민자들의 항로로서 소임을 다하고, 현재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 유람선 운행을 통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 온 물길이다.
겨울이면 삼삼오오 혹은,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겨울 왕국 답게 혼자서도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이고 관광지로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을 건설하던 당시 역사를 들여다보면 사망사고는 7명 내외지만, 말라리아가 유행하던 시기로 약 천명에 달하는 인부들이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을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국가를 대표할 만한 명승고적은 알고 보면 수많은 인부들의 피와 땀, 그리고 그 가족들의 수고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라 짐작한다.
자연이 아름답고 국토가 넓은 캐나다를 소개하는 하나의 모티브로 리도강이 나의 흥미를 가장 끄는 지점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중요성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 이름이 주는 상징성이다.
Rideau는 불어로 '막', '휘장'이라는 의미이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인 커튼(Curtain)이라고 더욱 흔히 알려져 있다. '막’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나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최고의 장면을 연출하여 관객들의 찬사를 받기 위해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공간 사이를 가른다. 막의 뒤에서 목소리도 가다듬고 옷 매무새도 바로잠고 분장와 악세사리도 매만진다. 막이 오르면 최고의 장면을 연출하여 관객들의 찬사를받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을 호기심으로 상상하게 해주는 요소이다.
또 한편 막은 과거 자주 볼 수 있었던 여닫이(folding door, 속칭 자바라) 커튼처럼 하나의 공간을 상황과 형편에 맞게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커튼을 열어 하나로 펼치면 하나의 활동 공간으로, 닫아 분할하면 소규모의 집단이나 개인이 사용될 수 있는, 요즘은 예전만큼 자주 볼 수 없지만 넓은 공간을 융통성 있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인테리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리도강은 캐나다에 대한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준다.
캐나다에 대한 이야기의 첫 막을 올리는 설렘을 선사하기도 하면서, 캐나다라는 큰 그림을 조각조각 맞추어 완성시킨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작은 퍼즐 조각의 경계선들을 이 커튼이라는 한 단어가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용광로’로 대변되는 미국의 민족 융합 정책에 대비되어, 캐나다는 각 민족들이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국가로 화합된다는 의미로 흔히 ‘모자이크’의 나라라고 불린다. 낮에는 대단위 활동 공간에서 하나의 캐나다인으로 활동하지만, 불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각자의 커튼을 내리고 분리된 영역에 들어가 고유한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는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 자바라 커튼을 닫았다 열어 제쳤다 하는 이미지와 오버랩되어 보이는 것이다.
그 중 첫째로 떠오르는 사실은 캐나다를 건국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영국인과 프랑스인이라는 두 혈통이다. 하나의 국가로 결성되었지만 아직도, 아니, 영원히 하나가 되기는 어려운 이 두 민족의 공존은 가히 적과의 동침을 떠올릴만큼 위태로우면서도 팽팽할 수록 안전한 줄타기 같기도 하다.
캐나다의 모든 공식 문서는 모두 영어와 불어 두가지로 되어 있어 언어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언어에 동시에 노출되어 한꺼번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모든 도로 표지판부터 정부 관련 안내 문서를모두 2중 언어로 표기하고, 2중 언어에 능통한 공무원들을 선발하고 채용하는 일, 두 가지 언어로 대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와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상당하리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두 나라로 나누어 간편하게 각각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단순비교할 수 없는 현실, 분리보다 공존하기를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며 서로간의 무게 중심 추가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을 만큼 긴장감 도는 약속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캐나다 내부를 가르는 가림막 중 하나는 바로 원조(?) 캐나다인과 이민자의 경계선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유럽이지만 그들은 캐나다의 정부를 수립한 주체 세력이고 남, 북부 유럽인, 그 외에도 중국인을 비롯한, 서남, 동남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등 수많은 이민자들이 캐나다라는 하나의 국가 체제 안에서 경제활동으로 기여하고 선진국으로서 캐나다라는 국가의 울타리 안에서 혜택을 받고 있지만 2세를 출산하여 캐나다의 교육체제 안에서 성장할 기회가 없다면 ‘이민자’라는 명찰을 달고 생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애초에 면적이 넓어 국토를 개간하고 경제활동과 납세를 통한 기여를 해야 할 국민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적 존망의 결림돌을 넘어서도록 이끈 것이 이민 정책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민자의 가장 혹은 그들의 가족 단위로 이끄는 중소규모 업체들이 길거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납세의 의무를 통해 캐나다 경제를 뒷받침해 오고 있지만, 캐나다 정부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민자에 대한 정책이 우호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으며 이민자에 대해 비우호적인 캐나다인이라면 그들이 가진 이민자에 대한 편견 역시 있을 것이다.
캐나다 내부를 분할하는 또 하나의 가림막은 이 대륙의 원주민과, 그 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직, 간접적으로 갈등을 겪어 온 이주해 온 캐나다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태초부터 캐나다 땅에 살던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이주민들에게 빼앗기고 보호구역에서 생활하는 지금 양보와 타협이 아닌 충돌과 피해의 역사들이 차차 드러나고 있어 침잠해 있던 민감한 사회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Rideau를 일반 가정에서 창을 가리는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한다면 그 용도는 바로 건물 외부의 강한 빛이나 추위 등의 기상 현상으로부터 건물 내부의 쾌적성을 유지시켜주는 용도의 커튼, 블라인드일 것이다. 캐나다의 모자이크 조각을 가르는 경계이자 창가에 드리워진 커튼처럼 한 사회의 명과 암을 갈라 주는 경계선 그것이 바로 커튼(rideau)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으로 각국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환자를 치료하고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강화하고, 또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특성상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적 피해를 불사하고 영업을 정지하고 모임을 금지하는 등 고강도의 정책들을 통해 인명피해를 최우선적으로 막고, 현재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염성이 막강한 질병의 전세계적 확산에 의해 감염되고 중증으로 입원하며, 사망자 통계가 나날이 갱신되는 안타까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일선에서 물러날 수도 없고 일손이 부족한 의료인들과 포화된 의료시설들로 인한 고충이 날마다 뉴스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반사이익을 얻는 업종들은 온라인 판매, 재택근무등의 새로운 도구를 통해 지명도가 상승하고 더욱 효율성을 높이며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수익이 급증하고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여 규모가 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식당, 운동경기, 공연, 여행, 숙박, 임대업 종사자들은 폐업과 도산의 위기에 몰리기도 하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며 골목 상권이 무너지고 자영업이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이 극명한 명과 암을 드러내주는 현실인 것이다.
부유층은 별장이나 세컨드 하우스를 구입하는 등 더욱 윤택한 생활을 영위하고 이미 누군가에 의해 소유된 자산의 가치는 날마다 가치가 상승하지만, 주택 가격의 급상승으로 주택 구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 주택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정책도 강구되고 있다.
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종사하는 식당업 중에서도 dine-in을 위주로 하는 업소는 어려움을 겪고 수익이 하락한 반면 take-out을 위주의 사업으로 시작 혹은 전환한 (대부분 초밥 메뉴 배달 영업) 업소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수익이 증가했다고 하며, 한인 이민자들의 인기 업종인 편의점 역시 외출기피로 인해 전반적인 매출은 감소했으나 유독 복권 매출이 코로나 봉쇄 기간 중 급상승했다는 토론토 지역 한인 회계사의 인터뷰 내용도 그 사실을 입증한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캐나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것이다.
이 희비극이 교차하는 코로나 시대에 한류 문화의 한 획을 그은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 한 편이 전 세계에 던지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극심한 전염병으로 한산해지고 봉쇄되기까지 한 극장가로 인해 영화관 사업이 위기에 몰리는 한편, 넷플릭스라는 방구석 영화관 문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 균열의 간극 속에서 마치 아스팔트 사이에 민들레가 머리를 내밀듯 성인의 머릿속에도 잊혀진지 이미 오랜 ‘달고나’라는 우리만의 군것질 문화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우리만의 놀이를 세계의 골목길에 전파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문화 컨텐츠가 바로 ‘방구석 문화’에서 기인하게 된 것이 참으로 이 시대의 역설이 아닌가 한다.
문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려지는 이 시기에 와서야 비로소 향유하게 된 남의 나라 문화. 방구석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이 시대에 전파되어 세계인의 머리속에 각인된 우리의 콘텐츠, 그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상승하고 울려 펴지는 축제의 축포와 넘치는 향연의 찬사들…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게임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계층, 풍요로움이 넘쳐흐르는 시대에 비극적인 암울암으로 대비되는 계층, 소외된 자들의 넋두리에 귀 기울여 주고 고충을 해결해주는 정책과 사회적 배려가 확산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심정으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세계인들은 이 공포와 희열이 교차하는 시대에 그 문화적 맥락에 공감 하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글: 유수진(Yoo SooJin) 캐나다 통신원
저작권자 ⓒ Global K,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